노포의 이익을 위해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
“요즘 재료값 다 올랐는데, 가격 안 올리고 남는 게 있나요?”
한 손님이 7,000원짜리 칼국수를 먹고 나가며 한 말이다.
그 가게는 10년 넘게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서울 강북구의 어느 오래된 칼국수집.
수제면, 멸치육수, 반찬은 열무김치 하나.
심플하지만 매일 손님이 줄을 서고,
포장 주문도 끊이지 않는 이 가게는
물가 상승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익을 유지하는 운영 구조를 갖고 있었다.
가격을 고정하기 위한 구조 설계는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
사장님은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면 모든 걸 정리해야 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가 말하는 ‘정리’란
재료 수급, 노동 시간, 회전율, 고정비, 동선 등
모든 변수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 가게는 면을 매일 직접 뽑는다.
하지만 밀가루 구매처는 20년째 동일하고,
매달 1일에 정량 계약을 해둔다.
가격이 오를 때도, 일정량은 고정 단가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좌석 회전이 빠르다.
테이블 5개에 시간당 3회전 = 1일 150그릇 이상.
단가가 낮아도 수익이 나는 구조다.
사장님은 “비싸게 팔기보다,
적정가로 많이 파는 게 더 오래 간다”고 말한다.
이건 전략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비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구조’
재료 단가는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게는 재료 낭비가 거의 없다.
이유는 메뉴와 반찬이 정해져 있고,
손님의 소비량이 거의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무김치는 주 1회만 담근다.
담글 때 사용량은 10kg 고정.
칼국수 면은 오전 6시에 100인분만 뽑고,
그 이상은 받지 않는다.
사장님은 말한다.
“장사는 남기는 게 아니라, 버리는 걸 줄이는 게 이익이에요.”
이 말은 현실적이다.
판매 마진을 키우는 대신,
버리는 원가를 줄여 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이 구조는
재료값이 급등해도 즉시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체계였다.
이 안정성이 결국 가격 고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가격 고정은 고객의 신뢰를, 신뢰는 재방문을 만든다
손님은 이 집의 가격표를 보며 말한다.
“여긴 믿고 와요. 물가가 올라도 여기만큼은 그대로더라고요.”
그 감정은 단순히 싸서 오는 게 아니다.
가격이 변하지 않는 가게에서 사람은 ‘기대값’을 형성하고,
그 기대는 감정적 신뢰로 이어진다.
그 신뢰는 재방문률을 결정한다.
이 가게의 재방문 고객 비율은 80% 이상.
한 손님은 말했다.
“돈 아끼려고 오는 게 아니라, 기분이 덜 흔들려서 와요.”
이 말이 가격 정책이 단순한 ‘금액’ 문제가 아님을 증명한다.
결국 가격을 안 올린다는 건
단골에게 일관성을 제공하는 브랜드 메시지다.
그 일관성이 누적되면
광고, SNS 없이도 손님이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가격을 고정하는 건 리스크가 아니라 브랜드의 축이 된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건
희생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에 대한 설계이다.
그 설계를 시스템으로 만든 가게는
이익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신뢰를 지키고,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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