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시작은 지역 축제 부스
축제 때만 오픈 부스를 열던데, 매년 줄이 길어요.
근데 왜 따로 광고는 안 하세요?”
서울 성북구에서 오래된 전통집 ‘00면옥’의 사장님에게 한 손님이 던진 질문이다.
그 질문에 사장님은 잠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사람들이 우리를 찾게 만들 수 있어요.
우린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발견’되도록 설계했던거 같아요.”
이 가게는 단 한 번도 온라인 광고를 집행한 적이 없고,
SNS 계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지역 축제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부스로 등장하고,
그 축제를 통해 수많은 신규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입시킨다.
사장님은 단순한 부스 참여가 아닌,
오프라인 브랜딩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1대 노포의 전략적 구조를 분석한 전문가였다.
축제 참여는 판매가 아니라 발견되기 위한 설계다
사장님의 노포는 해마다 열리는 지역 축제인 ‘성북 먹거리 한마당’에 참가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운영 방식이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 가게는 축제를 위해 특별 메뉴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00축제 한정’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제품을 판다.
하지만 이 '00면옥집'은 늘 기존 메뉴 그대로,
심지어 가격도 매장과 동일하게 판매한다.
“축제 한정 메뉴를 만들면 손님은 그날만 와요.
하지만 우리는 ‘가게 그대로의 맛’을 보여줘야, 축제 후에도 손님들이 찾아오죠.”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장님은 축제를 단순한 판매 수단이 아닌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입체적인 무대’로 정의하고 있었다.
즉, 축제는 이 가게에선 제품을 파는 날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시키는 날이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명확하다.
축제 참가를 통해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축제를 통해 ‘이 가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의 기억에 심는 것이 목적이었다.
1대 사장님의 고집, 지역성과 연결될 때 비로소 콘텐츠가 된다
이 ' 00면옥집'은 1970년도에 개업했다.
창업자인 현재 사장님은 80세에 가까운 고령이지만
축제 때면 늘 직접 부스 앞에 서서 손님을 맞이하신다.
주방에선 조카들이 조리를 돕지만,
손님과의 응대는 반드시 사장님이 담당한다.
“그 나이에 왜 굳이 힘들게 서 계세요?”
이 질문에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이건 음식을 파는 게 아니에요.
이 지역에서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 말은 단순히 정이 넘치는 어르신의 철학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지역성과 연결된 인물’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즉, 그는 음식을 매개로 지역사회 내에서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런 존재감은 축제를 통해 한층 더 강화된다.
축제에 온 가족 단위의 손님들은
“우리 엄마가 데리고 온 집이에요”,
“할머니가 여기만 좋아하셨어요”라고 말한다.
그 순간, 이 가게는 단지 국수 맛집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 동네의 역사,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된 브랜드가 된다.
이건 돈을 들여 광고를 해도 얻기 힘든 강력한 브랜딩 방식이다.
축제 이후가 중요하다, 행동 유도형 오프라인 구조 설계
사장님의 노포가 더 놀라운 점은
축제 이후 고객의 행동까지 예측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장님은 축제 부스에서 항상 같은 한 마디를 하고 계셨다.
“진짜 맛은 매장에서 드셔야 해요. 여긴 기계 불이라 좀 달라요.”
이 말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축제 현장을 브랜드 경험의 티저로 만들고,
방문을 유도하는 강력한 ‘행동 유도 장치’다.
또한, 모든 포장 용기에는
“매장은 성북구 ○○길 ○○번지 / 오전 11시~2시 운영”이라고 적힌
작은 카드가 손글씨로 들어간다.
이는 명함이 아니라 ‘관계의 메모’이다.
이 메모를 받은 손님은 다음 주말,
가족과 함께 매장을 찾고
“축제 때 그 자리에서 드셨던 분이죠?”라고 인사를 받는다.
그 순간, 고객은
'나는 이미 이 가게와 연결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이건 일회성 방문이 아니라,
재방문을 유도하는 고정 브랜딩 루틴이다.
오프라인 홍보의 핵심은 관계 맺기, 기억 남기기, 그리고 리듬 만들기다
요즘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SNS광고에 의존한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체험단, 리뷰 관리등.
하지만 이 노포는 디지털이 아닌 오프라인 구조만으로도
탄탄한 고객 유입과 생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온라인은 노출을, 오프라인은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 가게는 감정을 설계하고, 기억을 쌓으며,
지역과 관계를 형성하는 ‘브랜드 루프’를
축제라는 공공 이벤트를 통해 강화하고 있었다.
'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40년 된 노포의 직원 관리법, 퇴사율 0% (2) | 2025.07.18 |
---|---|
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가족이 운영하는 3대째 국수집의 세대교체 방식 (3) | 2025.07.18 |
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단골이 영업사원이 되는 구조 (0) | 2025.07.18 |
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노포에 방문한 손님과 싸우지 않는 관리법 (0) | 2025.07.17 |
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할머니 손맛을 콘텐츠로 만든 반찬가게의 브랜딩 (1) | 202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