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직원 관리 전략 퇴사율 0% 비결
주방장으로 계시는 김 씨분은 여기서 17년째 일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장님이랑 싸운 적 한 번 없어요. 그냥 사람이 좋아요."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한 노포 설렁탕집, ‘00옥’의 주방에서
오전 6시부터 육수를 끓이던 주방 직원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가게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직원이 단 한 명도 자진 퇴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직원 교체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고령으로 은퇴했거나,
가족 사정으로 자리를 물려줬다는 것이다.
그 외의 이유로 '이 가게에서 못 버티겠다'며 나온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00옥’ 사장님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유독 많이 주거나
복지를 특별히 챙기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사장님도 새로운 직원을 뽑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4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오고있다.
사람을 쓰는 게 아니라 ‘기술을 함께 지키는 동료’를 만든다
‘00옥’은 직원과 아르바이트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직원은 고용 즉시 주방, 서빙, 재료 준비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사장님은 이 과정에서 ‘누가 어디까지 배웠는지’를 정리한 메모장을 항상 지니고 있다.
이 메모장은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김씨는 6월부터 소뼈 삶기 시작함. 국물 맑게 내기 숙련도 70%”
“홍씨는 야채 절임 비율 숙지 중. 아직 단맛 강함”
이런 식으로 메모가 되어있었다.
이걸 왜 적냐는 질문에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이 사람은 내 일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 노하우를 같이 완성시켜가는 사람이에요.
이 기술이 내 전부니까, 그냥 시켜서 쓰진 않아요.”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직원을 일시적 인력으로 보지 않고,
가게 자체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가장 근본적인 이 가게의 운영 철학이었다.
업무보다 관계를 먼저 잡는 가게의 첫 7일 구조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첫 주 동안은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1일 차에는 매장 청소, 2일 차에는 육수 냄비 닦기,
3일 차에는 고기 썰기 구경 등, 점진적으로 가게의 흐름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이걸 두고 '시간 낭비 아니냐'는 질문을 받으면
사장은 이렇게 답하신다고 한다.
“가게 흐름을 먼저 이해해야 일도 편해져요.
사람이 불편하면 음식도 불편해져요.”
실제로 이곳의 직원들은
서로의 식사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주방의 김 씨는 말한다.
“나는 매일 10시 반쯤 되면 꼭 짬 내서
국물 맛 보라고 불러줘요.
그 시간에 내가 무조건 거기 있어야 되거든요.”
이건 우연히 생긴 배려가 아니라,
사장이 설계한 감정적 흐름의 일부다.
업무는 뒤로 미루더라도,
사람 간의 리듬은 먼저 맞추는 철학이
결국 퇴사 없는 근무 구조를 만든다.
실수해도 혼내지 않는다. 단, 다시는 실수하지 않게 만든다
어느날 설렁탕 국물에 소금을 두 번 넣은 사건이 있었다고한다.
신입 직원이었고, 손님상 4그릇이 그대로 나갔다.
문제가 생기자 직원은 땀을 흘리며 사장에게 사과했고,
사장은 아무 말 없이 그릇을 모두 수거해오셨다고 했다.
그리고는 신입을 따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잘못한 건 맞지만, 너는 지금 놀랐을 거야.
근데 이 국물은 내가 30년 넘게 끓인 거야.
다음부턴 소금을 넣기 전에 꼭 한 번, 나한테 맛을 보여줘.”
혼내는 대신,
공동 책임이라는 감정 속에서 재확인 루틴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 이 가게에선
모든 간은 반드시 ‘투명 뚜껑’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실수를 단순히 혼내거나 덮는 게 아니라,
다시는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 행동의 틀로 전환시킨 사례였다.
이런 구조는 직원이 “나 때문에 가게에 피해를 줬다”는 자책보다
“나도 이 가게를 지키는 사람이다”라는 책임감을 만들었다.
공동의 흐름을 만들어 실수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이탈을 막는 정서적 관리 구조가
퇴사율 0%의 비결이다.
진짜 직원 관리는 계약서에 있지 않고, 일상의 태도에 있다
‘00옥’ 노포의 사장님은 직원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가게에선 누구도 본인의 역할을 잊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일이 ‘상호 의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기를 썰던 사람이 늦으면
국물 끓이던 사람이 자동으로 고기 칼을 옮겨 놓는다.
설거지를 맡은 사람은 국물이 다 떨어지기 전,
육수솥 옆으로 이동해 국자 위치를 체크한다.
이 모든 흐름은 ‘시키지 않아도 작동되는 일의 루틴’이다.
사장님은 말했다.
“저는 말 안 해요. 다들 자기가 뭐 하려는지 알거든요.
그게 이 가게의 방식이에요.”
신뢰의 누적, 업무의 예측, 배려의 반복.
이 세 가지가 이 노포에선
'같이 일하는 게 편한 사람들'이라는 감정을 만들었고,
그 감정이 곧 직원 유지력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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