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60년 된 칼국수 집이 위기 때 절대 가격을 안 올린 이유

bestinfo2716 2025. 7. 15. 22:00

60년 된 집이 위기 때 절때 가격을 안올린 이유

“요즘 외식 물가가 너무 올라서, 자주 가던 칼국숫집도 가격을 올렸겠지?”
이런 걱정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거다. 특히 단골로 다니던 오래된 식당이라면,
‘이제 여기도 1그릇에 만 원 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것 이다.
그런데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오래된 칼국숫집을 찾아가보니,
가격은 7,000원으로 5년 전 그대로였다.
심지어 2020년 이후 세 번의 물가 인상 시기에도 단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직접 가게에 앉아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장님이 ‘왜 이 가게는 가격을 안 올렸는지’..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는 철학이 있었다.

 

60년 된 칼국수 집이 위기 때 절대 가격을 안 올린 진짜 이유

 

칼국수 가격은 곧 이 집의 ‘약속’이었다

 

이 칼국숫집은 1964년에 문을 열었다.
사장님의 부모님이 시작한 가게고, 지금은 2대째다.
벽에 붙어 있는 오래된 메뉴판은 색이 바랬지만, 가격은 여전히 선명하다.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이 가격을 내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를 찾는 사람들은
이 근처에서 30년, 40년 살던 분들이고 다 얼굴 아는 사이예요. 그분들한테 갑자기
‘물가 올라서 1,000원 더 주세요’라고 하면, 나도 민망하고 손님도 실망하죠.”
이 문장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이 가게의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오래된 사람들과 맺은 신뢰의 상징이었다.

 

가게는 종종 어렵기도 했다. 1997년 IMF 시기에는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고,
2020년 코로나19 때는 한 달 넘게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내가 어렵다고 손님한테 부담 주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계산이 아니라 관계의 문제였다.
그의 철학은 이랬다. “버티는 건 사장 몫이고, 손님은 편하게 와야 한다.”
그래서 이 집은, 위기가 와도 가격을 올리지 않는 선택을 했다.

 

원가 절감 대신 ‘운영 방식’에 집중한 전략

 

그렇다면 이 칼국숫집은 어떻게 수익을 유지했을까?
사장님은 재료를 줄이지도 않았고, 양을 줄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주방의 효율을 조정했다.
“예전에는 면을 아침마다 반죽했는데, 지금은 하루치 반죽을 저녁에 해놓고 숙성을 하고 있어요.
그러면 아침에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면 뽑는 데 문제가 없거든요.”
시간을 줄여서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또한 주문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예전에는 손님이 앉자마자 물부터 갖다줬는데, 지금은 셀프예요.
대신 그 시간에 칼국수 1인분이라도 더 빨리 나가게 되죠.”


이 방식은 손님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운영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처럼 사장님은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운영 방식의 최적화로 버티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단골 손님은 그대로 남았고 신규 고객도 점점 늘었다.

 

손님과의 ‘관계’를 숫자보다 우선한 판단

 

이 집에는 특이한 풍경이 있다.
점심시간 12시 이전에는 대부분의 손님이 사장님과 이름을 주고받는다.
“김 사장, 오랜만이네”, “어제 잘 들어갔어요?” 같은 인사들이 오간다.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가게는 음식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 동네 사람들한테는
낮에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소통 공간이에요. 여기에 가격표를 달면 안 되죠.”

손님들도 이 분위기를 좋아한다.
한 단골은 “여긴 식당이 아니라 내 밥집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집은 손님을 ‘고객’이 아닌 ‘관계자’로 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관계를 파는 장사에서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7,000원 받고 정 많은 장사”라는 말이 이 가게에 딱 맞는 이유다.

 

이런 정서적인 관계는 장기적으로도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된다.
특별한 광고 없이도 새로운 손님은 단골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이런 유입은 단순 가격 경쟁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이게 바로 이 칼국숫집이 위기 속에서도 버텨낸 진짜 힘이다.

 

오래된 가게가 살아남는 법, ‘버티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은 이런 말을 남겼다.
“오래된 가게가 오래되었다고 해서 다 인정받는 건 아니에요.
버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손님을 지키는 방식도 바꿔야죠.”
그 말은 단순히 가격을 유지하는 걸 넘어,
가게가 어떤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를 드러낸 말이었다.

 

이 칼국숫집의 전략은 단순하지 않았다.
이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운영 최적화, 감정 마케팅, 지역성 유지
이 네 가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고도화된 시스템이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건 결국 ‘사람이 만든 정성’이고,
그 정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결정이었다.

인터뷰 내용만으로도 단순히 오래된 식당의 생존기를 넘어,
관계를 유지하며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방식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밥 한 그릇을 먹을 때
그 안에 담긴 가게의 철학을 읽어볼 수 있는 시선도 함께 갖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