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노포의 비즈니스 전략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 있는 분식집의 입지 선정

bestinfo2716 2025. 7. 16. 01:21

큰길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골목을 택하다

이 분식집은 역세권에 있지 않다.
지하철역과는 직선 거리로 700미터,
자동차로 이동하면 3~4분 정도 걸리는 다소 안쪽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사장님은 처음 가게를 열 당시 이 골목을 직접 걸으며 관찰했다고 한다.
“어디에 사람이 오래 머무는지, 어디서 대화가 자주 들리는지를 봤어요.
단순히 유동인구 숫자보다, ‘정지 인구’가 많은 장소가 핵심이었죠.”

나는 이 말이 인상 깊었다.
사장님은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 대신,
주민들이 실제로 머물고 생활하는 곳,
즉 어린이 놀이터 옆 골목길을 택했다.


그 자리는 낮에도 사람이 많았고,
저녁에는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구간이었다.
사장님은 사람들이 자주 걷는 곳보다,
자주 ‘머무는 곳’을 택하는 게 분식집 입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런 자리는 눈에 잘 띄진 않지만,
한 번 알게 되면 꾸준히 찾는 손님이 생기기 쉬운 곳이다.
이 가게의 첫 1년은 그리 쉽지 않았지만,
2년 차부터는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예 그 골목 자체가 ‘분식골목’처럼 인식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 있는 분식집의 입지 선정 전략

 

주변 상권의 흐름보다 ‘생활 루틴’을 읽는 눈

 

입지를 결정할 때, 사장님은 상가 임대료나 트렌드보다
사람들의 생활 루틴에 집중했다.
그는 특정 시간대에 어떤 행동이 반복되는지를 매일 기록했다고 한다.
“아침엔 아이들 등교길, 낮엔 노인회관에서 나오는 어르신들,
오후엔 학원 끝난 초등학생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녁엔 아파트 단지 산책길로 연결되는 루트였고요.”

이 말은 입지 선정이 단순히 공간이 아닌,
시간과 행동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분식이라는 메뉴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1인분 단위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빠르게 소비되는 구조와 맞아떨어진다.
사장님은 이 흐름을 이용해, 시간대별 맞춤 운영을 설계했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 이전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지역에서는 아침 장사보다 점심 이후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후 3~5시 사이에는 초등학생 전용 메뉴를 판매한다.
떡볶이, 김밥, 튀김에 작은 주스를 함께 주는 ‘학생 세트’가 그것이다.
이처럼 사장님은 주변 상권에만 기대지 않고,
지역 주민의 생활 사이클을 파악하고 입지를 선정하고 운영을 맞춘 전략가였다.

 

‘경쟁 없는 위치’보다 ‘공존 가능한 공간’을 택하다

 

많은 초보 창업자들이 가게를 열 때 ‘경쟁 가게가 없는 위치’를 가장 선호한다.
그러나 이 사장님은 다르게 생각했다.
“오히려 주변에 비슷한 업종이 몇 개 있는 게 좋아요.
혼자 있으면 관심을 못 받고, 여러 가게가 있으면 사람들의 ‘목적지’가 생기거든요.”

실제로 이 분식집이 있는 골목에는
작은 베이커리, 편의점, 학원, 문구점 등이 함께 있다.
이곳은 처음부터 그런 구성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식집이 자리를 잡자,
다른 업종도 점차 모이기 시작하면서 작은 생활 상권이 만들어졌다.
사장님은 가게 위치를 정할 때,
‘내가 주인이 되는 골목’을 찾았다고 표현했다.
이 말은 곧 ‘내가 이 골목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위치’라는 뜻이었다.

그는 경쟁이 없는 위치보다는,
내 서비스가 주변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살아날 수 있는 공간을 택한 것이다.

 

이 전략은 단순히 장사가 잘되는 자리를 고르는 게 아니라,
그 자리를 ‘상권’으로 키우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이 가게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중심이자 기준점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입지 선택의 본질은 ‘사람을 이해하는 감각’

 

이 분식집이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사장님은 입지를 ‘지도’가 아니라 ‘사람의 동선’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그 골목을 걸었고, 사람들이 언제, 왜,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읽었다.
그 관찰력은 단순한 ‘감’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과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가게 주변 환경은 바뀌었지만,
그가 선택한 위치는 지금도 변함없이 사람들의 일상 동선 안에 존재한다.
분식이라는 상품이 사람의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이 입지 선정이 더 정교했음을 보여준다.
‘배고파서’, ‘기분이 허해서’, ‘그냥 익숙해서’ 들르는 분식집은,
광고보다 공간이 말하는 비즈니스다.

 

입지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그건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자주’ 오는지를 고려해야 하는 감정의 지형을 말한다.
이 사장님은 그 지형을 읽는 사람이었고,
그 결과로 2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장소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흐름을 선택한 것,
그게 이 분식집의 진짜 입지 전략이었다.